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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헌승 목사 칼럼] 소풍

박헌승 목사(캐나다 서부장로교회)

“소풍”

1년에 두 학기, 봄가을로 매주 목요일마다 캐나다에녹대학이 열립니다. 70세 이상 어른들의 모임입니다. 38학기 봄학기를 맞이했으니 벌써 19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하다가 이번 봄부터 대면으로 모이고 있습니다. 오래간만에 보고 싶은 얼굴들을 보니 모두 반가워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나이도 외로움도 잊은 채 시간 가는 줄 모르며 하루를 즐겁고 유익하게 보냅니다.

그저께 목요일은 에녹 대학 봄 소풍의 날이었습니다.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에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서 화창한 날씨를 허락하셨습니다. 떠나는 날, 아침 일찍부터 나오셔서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마치 어린 시절 봄 소풍 가는 것 같았습니다. 어떤 분은 마음이 설레어 잠을 설치기까지 하셨습니다.

소풍하면 떠오르는, 인생을 돌아보게 하는 시가 있습니다. 천상병 시인의 ‘귀천’(歸天) – 주일(主日)이라는 시입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소풍’이라는 시에서도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라고 했습니다. 그는 불행하게도 동백림사건에 휘말려 억울하게 물고문과 전기고문을 받고 그 후유증으로 불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기 삶을 소풍이라고 말하며 아름답게 살다가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행복’이라는 시에서는 “더구나 하나님을 굳게 믿으니 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한 분이 나의 빽이시니 무슨 불행이 온단 말인가!”라고 행복을 노래했습니다.

‘소풍’(逍風)은 천천히 거닐며 바람을 쐬는 것을 뜻합니다. 마음이 소생되는 여유로움을 말합니다. 해 아래의 바쁜 인생을 살면서, 소풍 같은 삶의 쉼표가 있어야 합니다. 주안에서 참 안식이 필요합니다. “너희는 따로 한적한 곳에 가서 잠깐 쉬어라”(마가복음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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