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장 취임사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올 줄은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 높은 산을 넘고 넓은 바다를 지나, 오늘 이 자리에 서게 되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이며, 여러 총대님들의 깊은 협조와 너그러운 이해, 그리고 사랑의 덕분이라 믿고 감사드립니다.
부족한 종에게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1년의 시간, 그 시간이 20대에게는 길고 느리게 느껴질 수 있지만, 70대에게는 어느새 훌쩍 지나간 시간처럼 여겨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종은 이 시간 동안 총회장의 직무를 감당하며 하나님의 주권과 하나님의 뜻, 하나님의 때와 하나님의 섭리를 기억하며 하루하루를 주님의 뜻 안에서 살아가고자 결단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총회를 설립하시고 지금까지 눈물과 땀으로 이 길을 걸어오신 박헌성 목사님의 헌신을 누가 잊을 수 있겠습니까? 목사님께서 바라셨던 총회의 철학은, 법과 의논보다도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총회’였습니다. 종도 그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이번 총회가 참된 ‘기쁨의 공동체’로 나아가는 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한 알의 밀알이 되기를 자원합니다.
그리고 단지 ‘49대 총회장이 고귀남이었다’는 사실이 기억되기보다는, ‘그 한 해 동안 하나님께서 우리 총회를 얼마나 긍휼히 여기시고 함께하셨는가’가 여러분의 마음 속에 각인되기를 간절히 소망하며, 그 일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또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저는 1985년 2월 28일 왼쪽 폐 절제 수술을 받았고, 1991년 6월 13일에는 위 일부를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지금도 정상 수치의 12배가 넘는 췌장암 수치를 안고 살아가는 목회자입니다.
그렇기에 하나님의 시간이 저 같은 부족한 종에게 연장되어 있는 동안에는 우리 임원진과 한마음 한뜻으로, 총대님들의 마음에 상처나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한 해를 잘 마무리할 방법을 늘 고민하며 기도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강단에서 임기를 마칠 때까지 이 사명을 끝까지 잘 감당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뜨거운 기도와 성원을 진심으로 부탁드립니다.
함께 기도합시다. 함께 하나님의 뜻을 구해 봅시다.
이 한 해도 십자가만 바라보며, 하나님의 은총 안에 살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하며 총회장 취임사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세계예수교장로회 제49회 총회장 고귀남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