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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자립개발원·기독신문 공동기획/ 목회자이중직 문제, 이제는 직시할 때] (1)신음하는 목회자, 시들어가는 교회

위기 몰린 목회자 사역 지속가능성 어떻게 높일지 고민해야

목회자 이중직 금지 규정은 과거 목회자들의 지나친 물욕이나 명예욕을 제어하는 장치로서 작동해왔다. 특히 한 때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학교 기업 수익단체 등에서 고위직을 병행하며, 또 다른 고소득을 올리던 현상을 제어하는 쪽에서 주로 이슈화가 되었다.

하지만 인구절벽과 팬데믹 등으로 목회환경이 급격히 변하면서, 현재는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가족의 생계 대책이나 새로운 사역의 활로가 절실한 목회자들에게 운신의 폭을 좁히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주목한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 목회자이중직지원위원회와 연구위원회 등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실태조사와 대안마련에 착수했다. 지난 1월 20일에는 대전중앙교회에서 목회자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 논점을 다루는 공개세미나도 열렸다.

<기독신문>은 총회교회자립개발원과 공동으로 최근 목회자 이중직 문제와 관련해 드러난 여러 가지 현장상황들을 점검하고, 그동안 연구위원회 및 신학전문위원회 등을 통해 진전된 논의 내용과 전문가들의 제언을 바탕으로 이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특별기획을 마련한다. <편집자 주>

개척교회와 미자립교회 목회자들을 위한 목공교육에서 훈련이 진행되는 광경. 다수의 목회자들이 생계에 내몰리는 상황에서 목회자이중직 문제에 대한 본격적이고 전향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A목사는 2020년 경남의 농촌에 교회를 개척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후 17년 동안 여러 곳을 전전하며 사역하다, 어느 면소재지 상가를 얻어 새 출발을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개척과 거의 동시에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A목사는 그만 손발이 꽁꽁 묶이다시피 했다. 사태가 갈수록 심화되면서 강화되는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전도사역은 차치하고, 설립예배조차 열 수 없어 주변에 교회의 존재를 알릴 방법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더욱 큰일은 가족들의 생계문제였다. 당장 식구들의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서 A목사는 무엇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기술도 경험도 부족했던 그에게 유일하게 주어진 공사판 막일거리는 너무 힘들고 위태로웠다. 비극이 끝내 그를 덮쳤다.

현장에서 벌어진 큰 사고로 의식을 잃은 A목사는 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아내와 두 아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혼신을 다해 지탱해주던 소중한 버팀목을 잃고 말았다.

A목사에 비하면 B목사는 운이 좋은 편에 속한다. 안정된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요즘 같은 시대에 제법 규모 있는 회사에서, 그것도 정규직에 해당하는 직위를 얻었기 때문이다. 하루 12시간씩, 밤샘근무를 밥 먹듯이 해야 하는 고된 업무이지만, 그래도 B목사는 자녀들을 굶기거나 학교를 보내지 못할 걱정은 덜었다는 생각에 일단 안도한다.

호남의 한 도시에서 사역해 온 B목사는 여러 해 정성스레 돌보아 온 자신의 교회를 끝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노력이 부족했던 것도, 기회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남들보다 성경연구에 더욱 깊이 몰두하는 목회자였다.

특히 바울서신 분야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다는 자신감이 생긴 B목사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강의들을 인터넷으로 올려보았다. 기대했던 것보다 반응이 훨씬 좋았다. 한 직장선교회에서 성경공부를 인도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고, 좋은 후원자를 만나 세 권짜리 연구서를 냈다. 소문을 듣고 하나둘씩 새로운 교인들도 모여들었다. 희망이 보였다.

하지만 갑작스레 발발한 코로나19가 모든 것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좁은 공간에서 예배를 지속할 수도 없었고, 직장사역 또한 길이 막혀버렸다. 점점 임대료조차 해결할 수 없고, 세 자녀의 학업까지 지장을 받는 절망적인 상황 앞에 서야 했다.

‘일단’이라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B목사가 언제 때묻은 작업복을 벗고 사역현장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다만 그의 아까운 재능과 열정이 이대로 묻혀버리는 것은 아닌지 안타까워하는 주변의 목소리만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수도권에서 활동하던 C목사는 낮에는 금융기관에서 근무하고, 저녁에는 성경공부와 양육 중심의 목회활동을 병행하는 생활을 오랫동안 해왔다. 비싼 임대료와 생활비 그리고 자녀교육비를 감당하면서 사역하려면 다른 선택지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풀타임 사역의 결단을 내리고, 직장을 사직한 후 고향으로 내려와 새로 교회를 세웠다. C목사가 목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아내는 상담사역을 통해 전도와 생계를 병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지방에서의 생활도 예상보다 만만치 않았다. 교세는 꾸준히 늘어났으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재정운영의 한계까지는 피할 수 없었다.

결국 C목사는 다시 금융 업무에 종사하는 길로 돌아가게 됐다. 하지만 C목사는 이를 정체나 퇴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접촉하고, 자신의 달란트로 그들의 필요를 도우면서 사역의 지평을 확대할 기회로 삼겠다고 다짐 중이다.

과거의 경우라면 조금 유별난 사례에 속했을 세 목사의 이야기는 더 이상 특별한 경험담이 아니다. 많은 수의 목회자들이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하고, 각자 해답을 찾아 방황하고 있다.

지난해 실시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인식과 실태조사’를 분석한 목회데이터연구소 김진양 부소장은 “잠재적으로 전체 목회자 중 71.7% 즉, 4명 중 3명까지 이중직 목회자 규모로 추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중직은 막을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들었으며, 수동적으로 수용할 것인가 아니면 적극적으로 활동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일만 남았다는 게 김 부소장의 결론이다.

목회자이중직의 초점은 이제 목회자들의 사역 지속가능성을 어떤 식으로 높여주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총회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교단이 관심 가질 때 됐다”

이중직 목회자 89.5% 총회·노회 도움 절실

이중직 수행과 관련해서 목회자들이 교단에 가장 바라는 점은 무엇일까?

총회교회자립개발원(이사장:이상복 목사)과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해 6월 이중직을 수행 중인 전국의 출석교인 50명 이하 교회의 담임목사들을 대상으로 ‘이중직 목회자에 대한 인식과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직을 수행하는 데 총회나 노회 차원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 중 89.5%를 차지했다.

특히 ‘총회/노회에 바라는 이중직 목회자 지원정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는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들이 ‘이중직에 대한 총회법 완전 허용’(48.2%)이라는 요청을 했고, ‘이중직에 대한 신학적 정립을 해 달라’(33.6%)는 응답도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목회자로서 이중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육체적인 부담 못지않게 심적인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다는 고백이자 이를 덜어달라는 호소이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이중직을 수행하기로 결정할 때 심정이 어땠는가’라는 다른 질문에 ‘목회자로서의 정체성/자존심 때문에 힘들었다’(40.9%)거나 ‘교인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고민스러웠다’(43.2%)는 응답이 높다는 점과 일맥상통한다.

따라서 이중직을 수행하는 일에 신학적으로 확실한 결함이 있다거나, 목회사역을 결정적으로 저해하는 수준의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목회자들이 이로 인해 애매한 부담과 고통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소속 교단의 상회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이다.

또한 같은 질문에 대해 가장 높은 응답은 ‘목사에게 적합한 이중직종을 개발해 달라’(50.5%)는 것이었고, ‘이중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달라’(38.6%)는 요청 또한 많았던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응답자들에게 ‘이중직 업종/직종 결정시 겪은 어려움’을 물어보았을 때 절대다수의 목회자들이 ‘목회에 지장을 주지 않는 이중직을 찾기 어려웠다’(54.5%)고 대답한 것과, 실제 응답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 단순노무직(22.3%) 자영업(15.9%) 택배/물류(15%) 등이었던 점과 앞의 조사결과를 연관지어 생각할 수 있다.

정리해보면 목회사역에 커다란 지장을 주지 않는 수준에서 찾을 수 있는, 나아가 이왕이면 사역과 연관된 분야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을 열어달라는 것이 이중직을 수행하는 목회자들의 당부이다.

같은 맥락으로 ‘개인에게 적합한 이중직에 대한 상담 및 코칭’(32.3%) ‘이중직 수행에 필요한 직업교육’(32.3%)에 대한 요청이 많은 점 역시 총회와 노회 차원에서 깊이 고려할 부분이다.

해당 조사결과를 분석한 목회데이터연구소 김진양 부대표는 “예장합동과 예장통합을 비교하면 합동 목회자들이 이중직에 대해 수동적·소극적 입장이며, 이로 인해서 심적 부담을 더 많이 안고 있다”고 설명한다. 적어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총회가 나아가야 할 길이 더 멀다는 뜻이다.

기독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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