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현조 목사(IRUS 교수, 커네티컷비전교회 담임)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중의 하나로 꼽히는 러시아의 사실주의 문학가 레프 톨스토이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주제로 단편소설을 썼다. 기독교 신앙인인 톨스토이는 예수님의 “사람이 떡으로만 살 것이 아니요 오직 하나님의 입으로부터 나오는 말씀으로 살 것이라”(마 4:4)는 교훈에 입각하여 이 소설 제목을 정하였다. 톨스토이는 문학적 차원에서 자기 나름대로 사람의 본성을 분석한다. 사람의 마음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으며,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이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다룬다. 하나님은 그의 징벌을 받게 된 천사 미카엘에게 세상에 내려가서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살펴 본 후, 이 세개의 질문에 대한 답을 잘 가져오면 용서 받을 수 있다고 하신다.
미카엘 천사는 세상에 내려와서 첫번째 질문 “사람의 마음 속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헤메다가 추운 겨울밤 어느 교회당 벽에 헐벗은 몸을 기댄채 서 있었다. 러시아의 한 구두 제조공 세몬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추위에 떨고있는 미카엘을 발견하고 그에게 외투를 벗어주며 자기 집으로 데려가 살려주었다. 미카엘 천사는 이것을 체험하면서 “아, 사람의 맘속에는 사랑이 내재되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사람은 “사랑의 존재”라는 해답을 얻었다. 두번째 질문 “사람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그는,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지혜가 사람에게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껏 거드름 피우는 부자가 구두 제조공 세몬을 찾아와 일년 이상 신어도 찢어지지 않을 튼튼한 구두를 고급가죽으로 만들어 달라고 주문한다. 그러나 그 부자가 그 구두를 받기도 전에 집으로 가는 마차 안에서 돌연히 죽는 것을 보면서 사람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유한한 존재”임을 보게 된다.
세번째 질문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하여, 사람은 자기중심적인 걱정으로 살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항상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는 해답을 그는 발견하게 된다. 미카엘 천사는 쌍둥이 장애자 고아 소녀들을 입양하여 키우는 한 부인을 보면서 그런 결론을 내린다. 항상 사랑으로 살며 그 마음에 사랑이 가득한 자는 이미 하나님 나라에 살고 있는 것이며 하나님은 그 사람 안에 계신다는 해답을 얻고 하늘나라로 가서 하나님께 보고드렸다.
앞날을 아무리 걱정해도 답은 없다. 우리 모두는 앞날에 대해 무지할 수 밖에 없다. 대신 우리 모두에겐 하나님이 주신 사랑이 있고, 우리는 그 사랑을 이웃에게 나눠 줌으로써 함께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라는 것이 톨스토이의 인생관이다. 그는 이처럼 사람을 부단히 사랑으로 살아가야만 될 존재로 보았고 그의 신앙관의 핵심은 사랑이었다. 그에게 있어서 사람이 살아야 할 명제는 끊임없이 추구하고 원하는 자기중심적 야망과 욕심이 아니라 베풀고 감싸는 자비와 사랑이다.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서로 사랑하라”(요 13:34)는 예수님의 말씀이 톨스토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물론 신학자가 아닌 톨스토이가 “사람은 사랑의 존재”라는 한 측면만 지나치게 부각시키고 인간의 전적타락성과 그것에서 파생된 인간 사랑의 결핍을 이 소설에서 다루지 않은 것은 그의 한계이기도하다.
잠시 있다가 없어질 물질적 풍요, 세속적인 성공만을 추구하며 바쁘게 살기 보다는 영혼의 풍요, 영원한 세계에도 깊은 관심을 가지며 살아가는 것이 정말 중요하고 가치있는 일이 아니겠는가? 많은 사람들이 이런 문제들로 고민했던 적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또한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잊어 버리고 살고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혼탁한 사회가 나를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길들여지고 그것을 택했기 때문이다. 야망, 경쟁, 성공의 홍수 시대에 살면서 잠시 인생의 발걸음을 멈추고 자신을 돌아 볼 때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나는 지금 무엇으로 살고 있는가?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해답과 삶의 지혜를 주고 있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이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벧전 1:24-25). “일의 결국을 다 들었으니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킬지어다. 이것이 사람의 본분이니라”(전 12:13).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사람의 존재 목적과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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