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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근 목사 칼럼] 자비

최인근 목사(시애틀빌립보장로교회 담임)

자비

가난하고 초라한 한 노인이 강을 건너려고 강가에 와 섰으나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강 중간 중간에는 얼음이 얼었고 날씨가 너무나도 추웠기 때문이었습니다. 강물은 깊지 않아 무릎까지 밖에 오지 않았지만 너무나도 날씨가 추웠기에 노인의 수염도 이미 고드름처럼 얼어 딱딱해졌습니다. 누구에게 도움을 청하고 싶어도 지나가는 나그네조차 없었습니다. 강가에 선 노인의 몸은 점점 얼어서 굳어져 가고 있었습니다. 그 때 강 저쪽에서 희미하게 말발굽 소리가 들려 오더니 몇 사람인가 강을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말을 탄 사람들이라면 도움을 청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말을 탄 사람이 노인 앞을 지나가도 그 노인은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다.

두 번째 사람이 또 지나갔지만 여전히 노인은 도움을 청하지 않았습니다. 참으로 강을 건널 수 있는 도움을 청하기에 다시없는 기회였는데도 왠 일인지 노인은 그냥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였습니다. 세 번째 사람도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네 번째 사람이 가까이 왔을 때 비로소 노인은 입을 열어 부탁을 하였습니다. “가능하다면 이 늙은이를 저 강 건너까지 태워다 줄 수 있겠소?”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서슴지 않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러지요, 어서 말에 오르십시오.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그는 그 노인의 몸이 추위에 굳어 말에 오를 수 없음을 곧 깨닫고 말에서 내려 노인을 도와 말에 오르게 하고는 강을 건넜습니다. 그리고 몇 킬로미터나 더 떨어져 있는 그 노인의 오두막 집까지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리고는 노인장에게 물어 보았습니다. “어찌하여 제 앞에 3사람이나 지나갔는데 그들에게는 부탁을 하지 않고 저에게 부탁을 하셨습니까?”하고 말입니다. 그러자 노인이 지그시 쳐다보면서 대답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이렇게 늙도록 오래 살았습니다. 그래서 사람의 얼굴을 보면 어떤 사람인지 대강 알 수 있습니다. 도움을 청하여도 도와주지 않을 사람에게는 아예 부탁을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선생님의 얼굴을 보는 순간 그 눈에 자비심이 가득한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부탁을 드린 것입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정중하게 대답했습니다. “참으로 귀한 말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꼭 그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유익과 도움을 주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나의 삶에 젖어 타인의 불행하고 어려운 삶을 잊어 버리지 않도록 힘쓰겠습니다.”하고 말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오던 길로 말을 재촉하여 갔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인 토마스 제퍼슨이었습니다.

이렇듯 큰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삶은 어딘가에 다른데가 있습니다. 특별히 사람을 보는 눈과 남을 배려하는 정신이 그렇습니다. 인류 역사상 최고 위대한 한 사람을 들라면 두 말할 필요도 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말할 것입니다. 그분이 그렇게도 위대한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그분을 모르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요 그러한 분이시면서도 그분은 자기 자신을 위해 가진 것이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남을 위해 살았다는 뜻입니다.

남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 바로 그런 사람이 위대한 사람입니다. 오늘날 우리들의 삶이란 온통 자기 자신의 유익만을 생각하는 그러한 가치관으로 찌들려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남을 배려하거나 생각하거나 도운다는 것은 소설 속에서나 나타나는 이상한 삶 정도로 비치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우리 주위에도 조용히 자신의 유익보다 이웃의 유익을 위해 헌신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이 있습니다. 사제를 다 털어 이웃을 섬기는 자선 사업가나 조국과 부모 형제를 떠나 낯설고 물설은 奧地(오지)에 나가서 복음을 전하는 선교사님들이 바로 그러한 분들이십니다.

보람있고 가치 있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이 있겠지만 지극히 작은 정성일지라도 이웃을 위해 나누는 삶은 위대한 삶인 것입니다. 오죽하면 우리 예수님께서 “소자에게 냉수 한 그릇 대접한 것도 천국에서 결단코 상을 잃지 않으리라”고 하셨겠습니까? 경제가 어렵고 이민생활이 더욱 고달프고 외로운 때입니다. 마음을 열고 눈을 들어보면 주위에 어려운 분들이 예외로 많이 있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추운 겨울에 다리를 걷고 강을 건너기는 죽음만큼이나 어렵고 힘드는 일이지만 말을 가진 사람이 잠시 태워다 주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만도 아닐 것입니다. 자비로운 마음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입니다.

바로 이 작은 일 하나가 토마스 제퍼슨의 아름다운 자비심이 되어 그가 떠난 백 수 십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의 가슴에 살아 이야기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바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따뜻한 눈에 어려져 있는 자비로움은 가련한 사람에게 생명처럼 소중하게 비쳐지게 될지도 모릅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우리 모두 그와 같은 자비심으로 삶을 따뜻하고 포근하게 살아가는 그런 아름다움으로 우리들의 삶이 새로워졌으면 좋겠습니다.

생각이 있기에 사람일진데 이 즈음에 자비를 베풀어주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찾아보고 생각이 행동되어 푸근하게 열매 맺혀질 수 있도록 새로운 삶의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하겠습니다. 인생은 짧으나 그 삶의 흔적은 영원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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