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이슈로 교단 분리 과정 중인 한인교회 고민 잘 드러낸 선택
▲ UMC한인총회는 신임총회장 대신 임시운영체제를 구성했다
2021년 연합감리교 한인총회가 “끝까지 이루실 하나님(빌1:6)”이라는 주제로 4월 13일(화)부터 15일(목)까지 줌을 통한 화상으로 진행됐다.
정기총회에서는 총회장 등을 선출하여 다음 회기 리더를 세운다. 하지만 이번 총회에서는 회장을 선출하지 않고 한시적으로 임시기관에 그 역할을 맡겼다. 동성애 이슈로 교단 분리의 과정에 있는 연합감리교내 한인교회들의 사정과 고민이 잘 드러나는 선택이었다.
미국장로교(PCUSA)가 수년 전에 동성애 이슈로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한인교회들은 교단 내에 머물자는 다수와 교단을 탈퇴하겠다는 소수로 그 구분이 명확했다. 하지만 연합감리교 한인총회는 더 복잡하다.
연합감리교 한인총회는 한인교회 그룹, 타인종 교회에서 목회하는 그룹, 여성목회자 그룹, 차세대 그룹 등 크게 4가지 그룹이 있다. 각 그룹에 따라 동성애를 보는 시각과 교단 분리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그래서 만약 연합감리교 한인총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보수 그룹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하거나, 교단 분리에 대한 정책을 정한다고 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그룹들에서 반대가 나오고 분열이 발생하게 된다. 더 이상 한인총회라는 울타리가 존재하기 힘들어 진다.
그래서 이번 총회에서는 교단분리와 관련된 교단 총회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2022년 9월 예정) 총회에서 인준된 4개 연대기관 대표자 모임을 한인총회를 대신하는 임시 관리기구로 하자는 안이 상정했다. 4대 연대기관은 한인교회총연합회, 타인종목회자협의회, 여교역자협의회, 차세대 NEXUS 등이다. 각 기관을 대표하는 회장과 부회장 등 8명으로 구성되는 임시기구는 어떤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보다는 기존 한인총회의 최소한의 관리기능을 하며, 교단 총회 이후 개최되는 첫 한인총회에 모든 업무를 인계한다.
안명훈 PSKUMC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총회 2일 차에서는 4개 그룹으로 나누어 이 안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후 각 그룹 발표에 의하면 대부분 임시기구를 찬성했으며, 타인종목회자 그룹은 각 그룹 2명의 대표도 전통과 진보 의견을 대변하도록 하여 균형을 맞추기를 제안했다. 한인교회 그룹도 임시기구에 동의했지만, 그룹 내 다른 의견을 가진 목소리도 반영되었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날인 3일 차에서는 모두 모여 이 안을 토의하고 결정했다. 긴 토론 끝에 이 안은 “PSKUMC 및 필요한 기관들로부터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토록 한다”라는 조항을 더해 찬성 77%, 반대 23%로 통과되었다.
어쩌면 마지막 UMC 한인총회 총회장으로 역사에 남을 수도 있는 류재덕 목사는 총회 3일간 동안 균형을 지키기 위해 여러 다른 의견들을 배려하며, 목소리가 높아지는 토론도 지켜보며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류 총회장은 총회를 마치며 “어려울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 앞으로 1~2년간 하나님께서 ‘너의 진가가 무엇인가?’를 물으실 것 같다. 신실하게 답하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 우리들의 긍정적인 부분을 계속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류재덕 총회장은 4개 연대기관 대표자 모임을 한인총회를 대신하는 임시 관리기구로 하자는 안을 상정하며 “이런 상황에서 한인총회 총회장을 선출하려고 하면 의견이 상충되고 세몰이를 할 수 있다. 연합감리교 정신이 가지고 있는 존중과 서로를 위한 격려의 정신을 살리기 위한 방안”으로 “느슨한 상태의 최소한 조직” 혹은 “공평한 운동장”으로 임시기구 안을 설명했다.
투표를 앞두고 안명훈 목사의 발언이 시작됐다. 안명훈 목사의 입장을 이해하려면 UMC 한인총회내 한인교회 그룹에도 두 가지 입장을 가진 세력이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한교총 회장 이철구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먼저 2019년 3월 구성된 한인교회총회(회장 이철구 목사, 이하 한교총)으로 한인총회가 인정한 총회 연대기관이다. 한인총회가 산하 회원들이 다양한 입장을 가지고 있어 활동에 제약이 있는 반면, 한교총은 전통적이며 보수적인 동성애 정책과 합의에 의한 교단 분리 등의 입장을 가지고 독자적인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팬데믹으로 어려운 교회들을 위해 모금하여 도왔으며, 신년 특별 새벽연합성회, 청지기 세미나, 사순절 새벽연합성회 등을 독자적으로 해 왔으며 4월 22일에 자체 총회를 앞두고 있다.
2020년 3월 시작한 PSKUMC(Post Separation KUMC, 회장 안명훈 목사)는 한인총회가 인정한 총회 연대기관이 아니며 한교총과 방향이 다르다. 교단 분리가 아니라 현실적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교단을 떠나지 못하거나, 또 더 나아가 교단에 남아서 믿음을 증거하고 새로운 신앙운동을 주도한다는 방향성으로 가지고 있다. 조직은 회장 안명훈 목사, 부회장 이용보 목사, 서기 문정웅 목사, 부서기 한명훈 목사, 회계 정호석 목사, 정책위원 4인(도상원 감리사, 홍 사무엘 감리사, 권혁인 목사, 이용연 목사) 등이다.
3일 총회 토론에서 PSKUMC 회장 안명훈 목사는 4개 연대기관 대표자로 구성되는 임시기구의 취지를 환영했지만, 자신들이 들어갈 한인교회총연합회는 대부분 교단을 탈퇴하려는 교회와 목회자로 이루어져 있어 교단에 남으려는 PSKUMC의 입장을 잘 대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달라고 발언했다.
안명훈 목사는 PSKUMC를 소개하며 “교단이 분리되더라고 남아있기를 원하고, 남아 있어야 하고, 남아있어도 아무런 신앙의 자유를 지키는 데 지장이 없다. 나름대로 선교적인 의사를 가진 교회와 목회자의 모임이다. PSKUMC를 만들고 한교총 교회와 목회자를 빼와서 우리 그룹에 조인하라고 해 본 적도 없고 앞으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남아있는 교회와 목회자와 교인들을 담을 그릇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명훈 목사는 예민한 발언도 했는데 “동의할지 모르지만 정황으로 보아서 앞으로 교단을 탈퇴하는 목회자나 교회보다는 남아있게 되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적지는 않다. 그 숫자보다 많으면 많지 절대 소수가 아니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연 목사는 아예 PSKUMC를 한인총회 연대기관으로 하자는 안을 제안하기도 했으나, 안명훈 목사는 의견만 내면 된다고 물러섰다.
문정웅 목사는 “타인종 목회자 그룹에서 각 그룹 대표도 보수와 진보로 나누자고 했는데, 단순히 발언의 채널을 마련하는 것이 아니라 PSKUMC가 구조적으로 임시기구에 참여해야 의견이 대변이 된다”고 발언했으며 “성정체성에 대해서 성경적으로 보수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상황적으로 교단에 남아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했다.
한교총 회장 이철구 목사는 안명훈 목사의 발언후 반대 발언도 이어지는 등 긴장감이 올라가자 “우리가 빠지고 PSKUMC에서 대표성을 가지고 하라. 우리는 따라가겠다. 이 문제를 가지고 얼굴 붉힐 필요가 없다. 그것에 예민하다면 우리가 빠지고 그렇게 해도 상관없을 정도”라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하기도 했다. 또 안 목사의 발언 중 “한교총은 교단 탈퇴가 아니라 분리되는 교단 중에서 보수 측 교단을 택해서 분리되는 것”이라고 정정했다.
평신도연합회 회장 안성주 장로는 “한인총회가 각 그룹별로 목소리를 통일하기 힘드니, 한인총회의 성격을 목사들의 친목 단체로 남아있으면 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장학순 목사는 한인총회 정신을 살려 목회자만이 아니라 평신도 목소리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조한선 장로는 “떠나는 사람 남는 사람, 승자와 패자, 무엇을 누구는 사랑하고 누구는 사랑하지 않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교단 분리정신은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이라며 “페어하고 신중한 용어사용”을 부탁하기도 했다.
최관호 장로는 “지금은 교단에 남겠다, 나가겠다고 하는 것을 선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남기를 원하는 분은 교단 감독에 찬성을 하는 분이기에 마음껏 눈치를 안보고 선언할 수 있지만 나가는 분은 불이익을 당할까 이야기를 못하고 있다. 분리가 결정되면 남는 교회만 모아서 하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PSKUMC가 교단에 남자며 임시기구에 들어와 이야기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대하기도 했다.
토론과 토론 끝에 한목협 장학순 목사와 서기 조선형 목사의 제안대로 원안에 “PSKUMC 및 필요한 기관들로부터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토록 한다”라는 조항을 추가하여 임시기구 안을 통과시켰다.
총회에서 다룬 마지막 안건은 선교총무 류계환 목사에 대한 것이었다. 류 목사에 대한 세계선교부의 재정지원이 2021년 6월 30일 종료되는 상황에서 2023년 6월 30일까지, 2년간 한인총회 선교총무직 연장이 제안됐다.
그동안 선교총무에 관한 재정은 한인총회, 느헤미야 운동, 한목협, 세계선교부가 25%씩 나누어 부담하고 있었다. 한인총회는 선교총무직을 유지하고 재정분담 및 방법은 임시기구에서 처리하자는 안을 찬성 69%, 반대 23% 기권 8%로 통과시켰다.
-아멘넷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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