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롄시 북쪽 터널서 사고, 488명 탑승
주차된 트럭 미끄러지면서 열차 충돌
“연휴 승객 평소보다 많아 피해도 커”
대만에서 청명절 연휴 첫날인 2일(오후 6시 현재) 최소 54명이 숨진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40년 만에 일어난 대만 최악의 열차 참사다. 구조 작업이 진행 중이고 사고 현장이 터널 안이어서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소방당국은 사고 지점 인근 경사면에 잘못 주차된 트럭이 철로로 미끄러지면서 열차를 덮쳐 대형 참사를 부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만중앙통신(CNA)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28분쯤 대만 북부 신베이시 수린에서 타이둥으로 향하던 타이루거 408호 열차가 화롄 다칭수이 터널 안에서 선로를 이탈했다. 이 사고로 적어도 54명이 숨지고 156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사망자 중에는 33세 기관사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8량 규모인 사고 열차에는 488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2,3호 객차가 터널을 빠져나올 때 열차가 트럭에 부딪혀 선로에서 벗어났고, 4~8호 객차 역시 터널 안에서 멈춰 섰다. 1~4호 객차 승객 100명은 비교적 신속하게 대피한 반면 5~8호 객차는 터널 벽을 들이받고 심하게 부서져 많은 사상자를 냈다. 터널 공간이 비좁은 탓에 구조작업을 위한 접근도 어려웠다. 승객 2명은 아직 열차에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명절 연휴가 시작된 날이라 승객이 평소보다 많았던 점 역시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중화권 4대 명절 중 하나인 청명절에는 성묘를 위해 귀향하는 행렬이 이어진다. 사고 지역은 산이 많은 동쪽 해안 절경으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하다. 또 타이루거는 대만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내는 열차 기종이어서 사고가 나면 대형 참사를 유발할 수밖에 없었다. CAN은 “중상 환자가 많아 희생자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고를 일으킨 주범은 철로 위쪽에 주차된 정비 트럭이었다. 제동이 제대로 걸리지 않은 트럭이 미끄러지면서 철로로 떨어진 뒤 열차와 충돌해 대형 사고로 번졌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대만 철도청은 초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인근에서 건설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는데도 해당 트럭이 경사면에 잘못 주차돼 있었다고 밝혔다. 트럭 운전자는 현재 경찰서로 연행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최선을 다해 구조 활동에 임하고, 입원한 승객들에게도 적절한 치료를 보장하라”고 관계 당국에 지시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사고가 “40년 만에 대만에서 발생한 최악의 철도 참사”라고 설명했다. 1981년과 1991년 두 차례 대만 북부에서 일어난 열차사고로 각각 30명이 사망했고, 가장 최근인 2018년에는 18명이 숨지고 175명이 다친 탈선 사고가 보고됐다.
/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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